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서 살해당한 여성이 작년 한해에만 최소 85명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가 10일 공개한 언론에 보도된 관련 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5명, 살인미수는 최소 103명에 달했으며,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사례도 최소 55명이었다.
살해된 피해 여성의 연령대를 보면 40대가 24%로 제일 많았고, 50대가 20%, 20대가 18%, 30대가 17% 순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상대 남성에 의한 살인은 20대와 40대가 각각 29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데이트폭력은 주로 20~30대에서 발생한다는 통념과 달리 40대 이상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변인들의 피해 사례 중에는 방화를 동반한 범죄로 인한 이웃 주민의 피해, 피해자의 일터나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폭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시민이 흉기에 찔리는 피해 등 이웃의 피해가 많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는 언론에 보도된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진술한 범행동기를 보면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우가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경우가 17건으로 그다음이었다.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을 문제 삼아 범행한 경우는 11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범행한 경우는 8건이었다. 살인미수 사건 중에는 '성관계를 거부해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도 3건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009년부터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통계를 발표해왔는데, 지난 9년간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최소 824명의 여성이 살해됐고, 최소 602명의 여성이 살해될 위험에 처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한해 평균 92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에 의해 살해된 셈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우리 사회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정불화' 또는 '치정'의 문제로, 특정 개인의 불운이나 일탈의 문제로 손쉽게 해석하며,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점철된 피해자 비난의 범행동기를 그대로 받아 써왔다"면서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가능케 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주목하고, 이러한 폭력은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에 기인한다는 핵심에 다가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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